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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회사 이야기

이태원클라쓰에 내 업무 KYC/CDD대입해보기

 

이태원클라쓰공식포스터

 

요즘 재택근무라고 통근시간 줄여서 한국 드라마를 넷플릭스로 챙겨보는 중이다.

지금보는것은 (이때가 4월) 이태원클라쓰인데 뭔가 주인공들의 신선한분위기에 끌려 보다가 여러 사회부조리에 한국 기업중에 이런데가 진짜 있을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에 뭔가 마음이 무거워지는 와중이다 (아직 다보지는 않음).

남편은 한국드라마에서 사람들이 왜그렇게 고함치냐고 시끄럽다 하더니 이제는 같이보다가 하는 말이 한국드라마가 소리는 질러도 스토리는 웰메이드라는거는 인정해줘야한다나 뭐래나..

그런데 나는 이태원클라쓰를 보면서 때늦은 정치적 정당성political correctness 를 고려한 점이 뭔가 시대의 흐름에 오히려 뒤쳐진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극중 트랜스젠더, 외국인 관련 정책 및 인권 관련 이슈 부각장면 / 토니가 이태원 클럽에 입장하려다 저지당하는 장면, 극중 인물 한명이 트랜스젠더인 점) 원작이 웹툰인데 웹툰이 정확히 언제 나온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와서 이걸 이렇게 많은 이슈를 한 드라마에 녹인 것이 뭔가 부자연스럽긴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가 흥미진진해 잘 보고 있다. (응?)

 

이 드라마를 보다가 나의 데일리업무가 우리회사와 비즈니스할 회사들의 컴플라이언스 리스크관련 거래상대방 신변조사 (know your counterparty check) 담당인 입장에서 극중 회사 장가가 만약 우리회사 (분명 우리회사는 에너지기업이지만 어디까지나 if) 에 비즈니스 의사를 전달 트레이더나 구매부에서 컴플라이언스 관련 리스크도 체크해 달라고 하면. 어떨까? 솔직히 여태까지 실제로 한화나 sk e&c 같은 기업들이 우리팀 컴플라이언스 kyc를 거쳐갔고 리스크를 분석하는 과정중 보도기사를 보다보면우리나라 일부 대기업은 대외적 이미지 리스크reputational risk 를전혀 관리 안한다는 듯이 아주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계신다.

극중 장가는 우선, 대주주의 한명인 장남이 뺑소니사고를 치고 십년이 지난 뒤에야 선고를 받고 감옥에 ‘7년만’ 간 케이스이다. 나는 아직 9화까지밖에 안봐서 장남인 장근원의 주식이 장가주식의 10% 이상인지 확실히 알수 없지만 장대희가 수아를 시켜 감옥에서 주식명의 이전을 하라고 시킨걸로 봐서 주식 지분이 그렇게 작지는 않은듯하다. 보통은 kyc에서 주식 지분 25%를 중요한 상한선으로 보는데 우리회사는 좀 더 엄격히 10%를 적용하고 있다. 10% 이상 주요 주주인 장근원이 이런 부정적 레코드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회사 시스템의 리스크 스코어는 높아져만 갈 것.

사람을 죽였지만 신고를 하지 않고 처음에 장남 장근원 대신 누가 감옥간 부분, 그리고 장가 회장 장대희가 이를 덮은 데 깊게 관여한 일을 일단 한국 내 언론이 보도를 적극적으로 해주었을지 모르는 일이라 솔직히 해외 리서치 툴인 톰슨 Thomson Reuter이나 무디스 bvd orbis에 많은 내용이 스크리닝 될일은 만무하다. 리서치 내용을 백프로 믿을 수 없어 내가 직접 한국어로 기사를 번역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리서치 서비스 기관 (톰슨 로이터나 BvD등등) 에서 취합한 내용 및 한국 넷에 보도가 된 것을 이용해 리스크 스코어에 가산될수 있게 마스터 데이터에 파일로 첨한다.

만약 현 주주인 장근원이 감옥에 가있고 장가 미디어 서치 전반 내용이 윤리강령code of conduct 관련 항목에 비해 부정적이면 무조건 kyc 라스크 스코어는 중간medium이고 이는 ceo바로 두단계 밑인 내 상사 senior vice president에게 허가 요청을 하게 되어 있다. 장가나 장가의 주주 그리고 임원들이 뇌물수수 , 부패 그리고 돈세탁 등과 관련한 기록이 또 나오면 더욱더 리스크는 격상하여 프로젝트 관련자들과 함께 분기마다 있는 리스크위원회 risk committee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Risk committee 는 만장일치제로 구성원들 모두가 장가와 비즈니스 하는 것에 동의해야 트레이더들이 딜을 계속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는 아니더라도 주주회의에서 회장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것 등의 불안한 조직이 크레딧 리스크 팀에게 부정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리스크가 높은 상대방과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상대방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정책에 따른 내부 허가 프로세스 자체를 길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그런 규제 위반적인 행동을 하는 회사에게 물질적 비물질적 손실은 남긴다. 장가가 만약 우리 회사 리스크 위원회 risk committee에 상정되어 만장일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적어도 세달은 기다려야 우라회사와 비즈니스 할 수 있는 지 알 수 있게된다. 만약 장가가 우리회사랑 바로 거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컴플라이언스관련 리스크때문에 우리팀에서 허락을 안해준다면 리스크 전담 회의에 안건 상정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하고, 독일 회사 업무 프로세스 상 이는 3개월에서 길게는 영원히... 이렇듯 업무 진행에 차질이 생기면 장가만 손해다.

 

그렇다고 독일회사에 자기가 하던 방식대로 복수할거야 이렇게 나온다면 독일 및 유럽사회 내 그리고 전세계적 이슈화되어 큰 스캔들이 날 것이다. 장기적으로 장가와 관련된 회사affiliates 가 다시 우리회사와 거래한다하면 우리는 더 세심히 살펴볼라고 하는 수 밖에 없다 왜냐면 리스크 위원회를 한번 거쳐간 거래상대방들은 기억에도 잘 남아 더욱 매의 눈으로 스크리닝하게된다.

P.S 위의 내용과는 별개로 장근원을 연기한 안보현 배우님은 남편이 코리언 조커라고 나중에 조커로 한 번 활동하셔도 될 듯한 인상깊은 악역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진짜 소름돋는 반전뒤에 조금 불쌍해지는중) ㅎㅎ 솔직히 몇몇배우들만 알았는데 (잘 아는 것도 아님) 그 외에도 새로운 얼굴들이 많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길 바라지만 지금으로 봐서 한편으로 한국드라마 볼 시간이 생겨서 좋은 것 같다.